
빌려준 돈을 몇 달째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화는 받지 않고, 문자에는 "다음 주에 줄게"라는 답만 옵니다. 다산에서 상담을 오시는 분들 가운데 이런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이때 소송부터 떠올리시는데, 그 전에 먼저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입니다.
내용증명은 상대방을 겁주는 편지가 아닙니다. 언제, 누구에게, 무슨 내용을 보냈는지 우체국이 증명해 주는 우편입니다. 뒤에 소송이나 지급명령으로 갈 때 첫 번째 증거가 됩니다. 잘못 쓰면 오히려 내 발목을 잡기도 하니, 쓰는 법과 보내는 법을 차례로 정리합니다.
1. 내용증명이 해 주는 일과 못 하는 일
내용증명은 내가 이런 내용의 문서를 그날 보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통지나 돈을 갚으라는 독촉처럼 상대방에게 도달해야 효력이 생기는 의사표시는 내용증명으로 보내 두면 도달한 날짜를 다툴 일이 없습니다. 반대로 문서에 적힌 내용이 사실이라고 증명해 주지는 않고, 강제로 돈을 받아 내는 힘도 없습니다. 상대방이 끝까지 버티면 결국 지급명령이나 소송으로 가야 합니다.
2. 한 장에 담을 네 가지
길게 쓸 필요가 없습니다. 아래 네 가지가 분명하면 됩니다.
(1) 받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 이름과 주소를 정확히 씁니다.
(2) 돈의 근거: 언제, 얼마를, 어떤 약속으로 빌려주었는지 날짜와 금액으로 씁니다. 계좌이체 날짜를 그대로 옮기면 됩니다.
(3) 요구: 원금 얼마와 약속한 이자를 갚으라고 씁니다.
(4) 기한과 다음 조치: "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7일 안에 아래 계좌로 갚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밟겠습니다"처럼 기한과 계좌를 적습니다.
3. 감정은 빼고 사실만
화가 나서 "가족에게 알리겠다", "직장에 찾아가겠다"고 쓰는 분이 있습니다. 이런 문구는 돈을 받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협박이나 부당한 추심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내용증명은 나중에 판사가 읽는 문서라고 생각하고 쓰시면 됩니다. 담담하게 쓴 한 장이 길고 거친 열 장보다 힘이 있습니다.
4. 우체국에는 세 통을 가져갑니다
같은 문서를 세 통 만들어 우체국 창구에 냅니다. 한 통은 상대방에게 가고, 한 통은 우체국이 보관하고, 한 통은 증명 도장을 찍어 내게 돌려줍니다. 우체국은 보낸 다음 날부터 3년 동안 보관하므로, 내 것을 잃어버려도 3년 안에는 다시 증명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받았는지까지 확인하려면 배달증명을 함께 신청합니다. 인터넷우체국에서 문서 파일을 올려 보낼 수도 있습니다.
5. 보낸 날부터 6개월 시계가 돕니다
돈을 갚으라는 내용증명은 소멸시효를 멈추는 '최고'가 됩니다. 다만 그 효과는 임시입니다. 내용증명이 도달한 뒤 6개월 안에 지급명령이나 소송, 가압류 같은 절차를 밟아야 시효가 멈춘 것으로 인정됩니다(민법 제174조). 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돈이라면 내용증명만 보내 놓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6개월 안에 다음 절차를 밟으셔야 합니다.
6. 그래도 안 갚으면 지급명령으로
기한이 지나도 답이 없으면 지급명령을 신청합니다. 남양주, 구리, 가평에 사는 상대방이라면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이 관할입니다. 지급명령은 법정에 나가지 않고 서류만으로 진행되고, 상대방이 2주 안에 이의를 하지 않으면 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이때 앞서 보낸 내용증명과 이체 내역이 그대로 증거가 됩니다.
자주 받는 질문
Q. 상대방이 내용증명을 받지 않고 돌려보냈습니다.
A. 반송된 우편물과 봉투를 버리지 말고 보관하십시오. 주소를 다시 확인해 한 번 더 보내거나, 시간을 끌지 말고 지급명령이나 소송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Q.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독촉한 것은 소용이 없나요?
A. 그것도 독촉한 증거가 됩니다. 다만 상대방이 읽었는지, 무슨 내용을 보냈는지를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어, 중요한 통지는 내용증명으로 한 번 정리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 내용증명을 여러 번 보내면 6개월이 계속 늘어나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 번 보내도 결국 6개월 안에 법원 절차를 밟아야 시효를 멈출 수 있습니다.
검찰수사관으로 25년을 일하며 수많은 고소 기록을 넘겼습니다. 사건이 꼬인 기록에는 대개 처음 주고받은 독촉 문구가 거칠었습니다. 받을 사람이 쓴 한 줄이 나중에 상대방의 반격 자료가 되는 것입니다. 내용증명은 첫 단추입니다. 날짜와 금액을 맞춘 한 장으로 시작해 지급명령과 압류까지 이어서 맡아 드립니다.
최길성 법무사 사무소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중앙로82번안길 156 정행빌딩 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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